4년 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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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개발자로 일을 시작한 뒤로 블로그를 쓰고 싶다는 생각은 계속 있었다. 근데 솔직히 귀찮기도 했고, 막상 앉으면 뭘 써야 할지 몰라 시작을 못 했다.
이번엔 제대로 써 보려고 한다. 첫 글로 지난 4년을 정리해 본다.
어떻게 개발자가 되었나
나는 해외에서 호텔경영을 전공했다. 졸업 후엔 해외 호텔 쪽으로 취업할 계획이었는데, 코로나로 그 길이 막혔다. 결국 졸업하고 한국에 돌아왔고, 당시 생각해 보면 많이 방황했던 것 같다.
그러다 2021년 봄, 당시 엄청 유행이었던 코딩을 국비지원 과정으로 처음 시작했다. 가볍게 발 들였는데 막상 해 보니 생각보다 많이 재미있었다. 근데 알다시피 국비지원 과정으로는 뭔가가 부족했기에 제대로 해 보자 싶어 부트캠프를 찾았고, 그해 6월 바닐라코딩이라는 프론트엔드 개발자 양성 부트캠프에 들어가 6개월 정도 교육을 받았다.
바닐라코딩은 수강생들에게 그냥 떠먹여 주지 않는다. 매주 새로운 과제를 주며 스스로 고민하게 하고, 답도 스스로 찾을 수 있도록 길을 제시해 준다. 근데 코딩도 그렇고 개발 자체를 처음 하는 거다 보니 매주 받는 과제가 정말이지 너무 어려웠다. 막막하고 못하겠다 싶었는데… 이것도 못하면 답도 없다고 생각하고 될 때까지 했다. 그렇게 하나하나 문제가 풀리는 걸 보면서 큰 성취감을 느꼈다. 못할 것 같아도 일단 시작해서 붙잡고 늘어지면 어떻게든 된다 — 이 경험이 지금도 나한테 가장 큰 원동력이다.
교육과정을 다 마치고 나서도 3개월 정도 바닐라코딩에 남아 멘토링 활동을 했다. 공부를 더 하고 싶기도 했고, 멘토링 자체가 새로운 커리어를 시작하는 데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았다. 막상 해 보니까 헷갈리던 부분들이 멘토링 활동을 하는 동안 오히려 더 잘 잡혔고, 무엇보다 재미있었다.
그렇게 3개월의 멘토링 활동을 끝내고, 여의도에 있는 스타트업 회사에 취업해 개발자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지금까지 어떤 개발을 해왔나
4년간 한 일 중 큰 줄기만 추리면 다음과 같다.
- 어드민 리뉴얼 — 관리자 페이지를 React로 처음부터 다시 짰다. 권한·약관·공지 같은 운영 도메인을 모듈 단위로 재구성하고, 공용 데이터 테이블·폼 패턴을 정리했다.
- 공통 UI 마이그레이션 — 여러 서비스가 함께 쓰는 버튼·입력창 같은 컴포넌트를 Vue에서 React + TypeScript로 옮겼다. Storybook과 Jest로 컴포넌트 단위 테스트 환경도 같이 구축했다.
- 신규 서비스 개발 — 새로 출시되는 서비스의 사용자 화면을 처음부터 끝까지 맡았다. 각 단계 사용자 플로우를 상태 머신으로 모델링해 화면 전환과 검증 로직을 분리했다.
- 사내 개발자 도구 개발 — 회사가 새로 도입한 서버 드리븐 UI 방식을 동료들이 편하게 쓸 수 있도록, VSCode 확장으로 에디터 안에서 화면을 미리 보고 테스트하는 도구를 만들었다.
막상 이렇게 정리하고 보니 4년치고 한 게 별로 없어 보인다. 분명 일하는 동안엔 많은 일을 한 것 같았는데, 기억에 남는 큼지막한 것만 적어 보니 네 줄밖에 안 나왔다.
나만 이런가…? 다른 개발자들은 어떨지 궁금하다…
그래도 위에 적지 못한 일들까지 하면 나름 4년 꽉 채워 보람 있게 보냈다고 생각한다.
AI 시대
4년 동안 개발 생태계는 정말 빨리, 많이 변했다. 가장 크게 바뀐 건 AI다. 처음 ChatGPT가 나왔을 때는 옆에 두고 자잘한 걸 묻는 정도였다. 지금은 거의 일하는 모든 순간에 AI를 사용한다.
이제 구글에 뭔가를 검색하는 일이 전보다 정말 많이 줄었다. React 릴리스 노트를 챙겨 보던 습관도 흐릿해졌다. 모르는 게 생기면 일단 AI한테 묻고, 받은 답을 확인한다. 4년 전 처음 개발을 시작했을 때와는 방식이 완전 달라졌다.
직접 코드를 처음부터 짜는 일은 확연히 줄었고, 대부분은 받은 결과물을 확인하고 다시 수정하는 반복 작업이다. 아직까지 이런 방식이 찝찝하다. 그런데 주변을 둘러보면 다른 개발자들도 이젠 이렇게 비슷한 식으로 일하는 것 같다.
어떻게 하면 살아남을 수 있을까?
매주 새로운 AI 관련 소식이 나온다. 새로운 모델 출시, 새로운 기능 출시… 등등 점점 편해지기도 하면서 멈칫한다. 이게 다 뭐지…?
난 워낙 걱정이 많다. 그래서 가만히 있질 못한다. 그래서 대학을 졸업하고 한국에 돌아왔을 때도 코로나가 전혀 끝날 것 같지 않아 빨리 새로운 살길을 찾기 바빴다. 그렇게 개발자로 취업을 할 수 있게 되었는데, 정말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근데 이젠 AI… 이 속도면… 정말 대체되지 않을까? 완전 대체되진 않더라도 어떤 방식으로든 밀리겠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채용 공고만 봐도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 프론트엔드 직군 공고만 봐도 자격 요건, 우대 사항에 AI 관련 항목이 추가됐다. AI를 도구로 쓰는 것 이상을 요구하는 자리가 점점 늘고 있다.
매일매일 AI를 쓰고 있지만, 솔직히 어떻게 동작하는지 대충만 알 뿐 정확히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떻게 동작하는지 알지 못한다. 그럼 이걸 잘 쓸 수 있을까? 이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을까? 단순히 쓰기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잘 활용하고, 어쩌면 AI를 다루는 사람이 돼야 하지 않을까?
다음
그럼 프론트엔드 개발자로서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야 할까. 예전처럼 새 기술 하나 더 익히고, 개념 더 파고, 코딩 더 잘하는 방향은 아닌 것 같다.
매일 쓰고 있는 AI가 내부적으로 어떻게 생겼고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아는 것 — 이게 AI를 활용하는 개발자로서 한 단계 더 나아가는 길이 아닐까 싶다.
그렇게 이번엔 AI 부트캠프 PI LAB에 참여하게 됐다. 바닐라코딩과 연결된 곳이다. 혼자가 아니라 페어 프로그래밍으로 진행하고, 바닐라코딩과 마찬가지로 답을 떠먹여 주지 않고 스스로 고민해서 답을 찾을 수 있게 길을 알려주는 방식이다. 그래서 선택했다.
이번엔 커리어 전환 같은 확실한 목표를 정하진 않았다. 다만 빠르게 변하는 AI 시대에 맞춰 일단 기본기부터 다져두려 한다. 그다음은 나도 모르겠다. 일단 시작해 보려고 한다.
이 과정을 잘 남겨두려고 블로그도 만들었다. 앞으로 관련 글을 계속 올릴 예정이다.
뭐가 될지 모르겠지만, 시작이 반이라니까… 화이팅!